2022년 5월 18일 수요일

빛 공해로 보는 별 헤이는 밤 이야기

 

Light pollution map 이라는 사이트는 비교적 객관적이면서 최신의 광해 데이터를 확인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주소는 https://www.lightpollutionmap.info/ 이죠. 접속하면 보이는 오른쪽 상단 Overlay 를 'VIIRS 2021' 최신 데이터로 선택하고 원하는 지점을 클릭하면 좌표와 광해정보 및 해발고도, 추이 그래프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본격적인 천체사진 촬영을 위해 가이드 카메라를 구입한 후 시간날 때마다 적당한 촬영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시간이 있었고 이는 지금까지 유효합니다.

광해지도를 보며 찾아본 몇 몇 장소를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어 이를 공유해보고자 글을 남겨봅니다. 해당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지역 주민분과의 대화로 얻은 정보가 대부분 입니다. 가보지 않은 곳을 찾을 때에는 마을 한구석의 조그만 오래된 식당을 주로 찾습니다. 손님은 저 혼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주인 어르신과 간단한 인사와 대화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냥 재미로만 봐주시면 됩니다.

별하늘지기에 몇 안되는 공개된 관측지인 석모도 입니다. 16년 이전까지 Value 가 1.0~1.5 사이를 왔다갔다 하다가 다리가 개통된 17년부터 급격히 치솟기 시작합니다. 육지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다리 주변을 환히 밝히는 조명으로 올바른 관측과 촬영을 위해서는 더 어두운 섬 안 농지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석모도가 고향인 지인분은 90년대 중반까지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이 보이던 곳이였다고 하시더군요. 다리가 생기면서 변하는 동네의 모습을 이야기하시는 모습에서 소설 ‘삼포 가는 길’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강원도 산지 모처의 광해정보 입니다. 2018년까지 0.2 미만의 최상급 어두움을 확보한 곳이였지만 19년부터 현재까지 급격히 그래프가 치솟은 이곳은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선 곳입니다. 18년 이전에도 들어갈 수 없었던 곳이였는데 입구에 경고문과 차단봉이 있던 곳이였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합니다. 큰 꿈을 품고 오픈한 시설이 적자로 인해 빛을 잃고 힘겹게 버티다 결국 폐쇄된 곳은 이런 그래프를 보여줍니다. 누군가의 치열한 시간과 뜨거운 눈물의 흔적이기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겠지요. 물론 사유지 이기에 진입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프 단위가 0.3일 정도로 깊고 어두운 오지였습니다. 하나뿐인 마을 진입로는 길 중간중간에 비포장 구간이 있고 낙석이나 눈이 내려 쌓이는 날이면 그대로 고립되는 곳이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17년부터 중장비와 건설기계가 반입되고 몇 안되는 민가와 사유지의 토지매입이 끝나자마자 대규모 ‘국유시설’ 이 생긴 곳입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은 장정들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이곳은 평상시에도 많은 별이 보이지만 등화관제시 그대로 별밭이 될 것입니다.

젊은이의 꾸준한 이탈로 주민이 줄어드는 전형적인 몰락해가는 마을의 모습입니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 십 수년이 지났고 폐가를 비추던 가로등도 역할을 잃어 서서히 조명이 꺼지고 있는 곳입니다. 소멸되는 지방자치단체가 현실이 되면서 이런 그래프의 장소는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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